<역습의 샤아>, <F91> 4k UHD 블루레이 발매기념 토미노 요시유키 인터뷰

https://natalie.mu/comic/pp/gundam_cca-f91/page/3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디자이너에게 맡긴다

-5월 상순 쯤, NHK에서 건담 시리즈 특집방송인 "발표! 전건담대투표"가 방송되어 화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작품부문에서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가 5위로 극장판 작품으로써는 톱. 캐릭터 부문에서는 종합 랭킹에서 샤아 아즈나블이 1위, 아무로 레이가 2위를 기록했는데요. 한 작품과 캐릭터가 이렇게나 장기간 사랑받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지요?

토미노: 제 의도와는 상관 없는 현상입니다. 그래도 굳이 생각을 해 보자면, 애니메이션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리얼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주인공인 아무로 레이는 나이브하고 생각이 너무 많은 그 일면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었고, 샤아도 만화처럼 마스크나 쓰고 다니지만, 그래도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있었죠. "건담"이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것은 전후의 머신 신앙, 메카닉 신앙이라는 일반인들의 흥미에 합치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에서 진 후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서, 자동차 산업이 크게 부흥했던 기억이 40대와 50대의 기억 속에 있죠. 그런 리얼한 사회와 연동된 부분이 받아들여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군요. MS를 보면, 아무로의 기체인 뉴 건담이 투표에서는 가장 인기였습니다. 이번 4k UHD판 "역습의 샤아"에 수록되는 북클릿에는 여러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죠. 그중에는 MS 디자인을 한 이즈부치 유타카씨나 메카닉 디자인을 한 안노 히데아키씨의 대담중에는 '토미노 감독으로부터는 별다른 지시는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토미노: MS 전반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저는 지시를 하지 않습니다. 오오가와라 쿠니오씨가 만든 첫 건담 디자인은 굉장히 클래식한 조형이었어서, 약간 나쁘게 말하자면 유치한 디자인이었거든요. 하지만 유치하기 때문에 어떻게 어레인지 가능하게끔은 나왔어서, 후에 제작할 때 '조금 더 요즘에 맞게 유선형으로 하자'는 투로 자극하는 정도였습니다.

-조금 자잘한 이야기입니다만, 앞선 대담에서 이즈부치 씨는 "(뉴 건담에 대해 토미노가 내린)유일한 지시는 판넬을 망토처럼 만들어 달라는 것 하나였다."고 말했는데요. 기억하고 계신가요?

토미노: 기억하고 있을리가 없잖습니까. 하지만 듣고 보니 그런 말을 했을 것도 같네요. '망토 같이'라고 조건을 달아놓지 않으면 디자이너는 자기 마음대로 한단 말이죠. "애니니까 마음대로 해도 되는거 아니냐"같은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죠. 어느정도 제한을 걸어놓지를 않으면 나오는 것은 만능 신병기입니다. 너무 편리한 신병기는 이야기 속에서 효과적으로 쓰일 수가 없습니다.



4k UHD 판의 소리는 극장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그것에 가깝다

-이번에 4k UHD화의 조정작업에 참여했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4k UHD라고 하는 사양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토미노: 사양 그 자체는 자세히 모릅니다만, 이번에 최종 버전에 가까운 샘플을 봤을 때는 싫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BD 이후의 영상은 굉장히 깨끗해졌지만, 소리의 진화는 아직 덜 이루어진 상태입니다. 이번에는 오리지널 소리를 4.1ch 그대로 수록한 영향으로 소리가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이것도 장면마다 달라서, 전투장면에서는 문제 없었지만 일상 묘사에서는 굉장히 얕게 들리더군요. 한번 보는 순간 알 만한 수준이었는데도,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고치려고 하질 않더군요.

-그건 어째서였나요?

토미노: 이번에 작업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음향 관계 스탭들은 문제를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나 판매쪽 사람들은 몰라요. 그 사람들은 '오리지널 그대로(손을 대지 말고)' 팔고 싶어하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리테이크를 하자고 했더니, 음향 스탭들이 금새 소재를 갖고 오더군요.

-건담 인포 사이트의 상품 페이지에도 소개된 '잘 들리지 않았던 환경음을 오리지널에서 추출한 음성을 이용해 재더빙 작업을 거쳐 개선했다'는 부분이군요.

토미노: 그렇습니다. 예를 들자면, 지금 잠깐 조용히 해 보세요. 이 방을 촬영한다고 하면 완전한 무음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붕붕거리는 소리나, 건너편 방에서 누가 이야기하는 소리 등이 있죠. "역습의 샤아"나 "F91"에서도 그런 환경음을 넣어 놨습니다. 극장같은 곳에서 들었을 때는 자연스럽게 이런 게 들리죠. 하지만 4.1ch에서는 그 환경음이 묻혀 버립니다. 회화 장면에서는 대사 외에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되죠. 대사만 듣고 싶다면 그걸로도 충분하겠지만, 인간의 감각은 이를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4k UHD판에는 환경음을 더해서 당시의 영화관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을 재현한 것이군요.

토미노: 기본적으로 그렇습니다. 재더빙을 하려고 해도 당시의 소리 소재가 그대로 남아있지는 않아서, 오리지널 필름에서 환경음같이 들리는 걸 뽑아내 가공해서 별도 채널로 더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니 이건 오리지널이 아닙니다. 하지만 당시 영화로써 표현하고자 했던 것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오리지널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이 보기 편한 환경에서 봤으면 합니다

-영상 면에서는 어떤 조정을 했나요?

토미노: 일절 지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건 어차피 색감이나 콘트라스트 문제고, 기본적으로 리마스터를 하면 질감이 변하는 법이니, 오리지널 그대로일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모니터로 보고 판단하는데, 그 모니터 자체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것이죠. 같은 방에 있어도, 메인 모니터로 본 거랑 다른 모니터로 본 게 다른 수준인데 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최종적으로는 '이걸로 하자'고 결정해야 할 기준이 필요할텐데 말입니다.

토미노: 사실은 그래야겠지만, 저는 그런데에는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습니다. 제 작품에 그정도로 재현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변 스탭들이 판단하게 내버려뒀습니다. 그들도 프로니까요. 그리고 말이죠, 늙은이의 기준이 옳다는 법도 없고요(웃음). 고맙게도 제 작품은 몇번이나 다시 나온 것이라서, 주변 스탭들도 처음 접하는 건 아니었으니 그들에게 맡겼습니다.

-잠깐 옆길로 새게 됩니다만, 토미노 감독님 집의 시청 환경은 어떤 느낌인지요?

토미노: 극히 평범, 아니 평범 이하겠네요. '큰 화면이 아니라면 보고싶지 않다'는 생각따윈 전혀 없습니다. 영화감독 2, 3명에게 물어보니, 홈시어터 같은 걸 갖고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사실 진지하게 보는 건 현장에서 하고 있으니까, 집에 가서까지 보고싶지도 않고(웃음).

-그래도 이번 4k UHD판은 4k 대응 TV나 고음질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서 보는게 좋겠죠.

토미노: 물론 그런 사양이니 그런 환경에서 봐야겠지만요, 작품의 평가와는 별로 관계가 없습니다. 프로로써 굉장히 건방진 발언을 좀 하자면, 작은 모니터에서 보든 큰 화면에서 보든 상관없이, 영상의 컷 배분의 좋고 나쁨은 알 수 있는 겁니다. 자신이 보기 편한 환경에서 봤으면 합니다.



G레콩기스타는 극장판이 본편

-이번에 "역습의 샤아"와 "F91"이 4k UHD화 되었는데, 감독님의 작품 중에 같은 사양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이 또 있다면요?

토미노: 없습니다. 제가 주체적으로 여러 애니를 만드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는데, 전부 누가 지시해서 하는 일입니다. 스스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건 한두개 정도고, 지시가 없으면 할 마음도 없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처럼 '좋은 원작을 발견했으니 은퇴 선언했지만 한번 더 하자'같은 건 제게는 없습니다.

-그래도 토미노 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팬은 많이 있죠. 극장판 "건담 G 레콩기스타"에 대한 마음가짐을 듣고 싶습니다.

토미노: 마음가짐 같은 건 없습니다. 극장판 G레코도, 제가 먼저 '하자'고 한 걸 반다이가 받아줬다는 점에서는 다른 작품이랑 조금 다르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것도 뉘앙스가 좀 다르죠. TV판이 방송되는 환경이나 비즈니스 사정을 생각해보니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져서요. 이걸 어떻게 개선해볼까 궁리를 해서 내린 답이 극장판이라는 형태였습니다.

-어떤 점에서 비정상적이라고 느낀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토미노: '거대 로봇물을 심야에 방송해서 뭘 어쩌자는 거냐'는 겁니다. 영업 판매하는 사람들은 '심야방송이라도 지금 시청환경에서는 볼 사람은 본다'고 말들을 합니다. 물론 심야에 슬쩍 내보낸다고 장사가 안 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그게 유행이냐?'고 묻고 싶네요. 애니가 아니라 영화적인 사고방식입니다만, 사람들이 모여서 다같이 '재미없다' '재미있다'라고 하는게 유행이잖아요. 그래서 심야 방송이라는 걸 안 시점에서 "그럼 방송 끝날때까지 2쿨 분량은 0호 필름 감각으로 TV판을 만든다. 그걸 보고 고쳐서 극장판을 본편으로 만든다"고 각오를 했습니다.

-극장판이 본편이라는 것이군요.

토미노: 그렇습니다. 그래서 아까도 말했듯이 마음가짐같은 건 없고, 이런 식으로 공개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TV 형식에 맞춰 억지로 만든 탓에, 만드는 중에 '이거 좀 위험하지 않나' 싶은 부분을 '어차피 심야방송인데, 나중에 편집해야지' 하는 식으로 넘기게 된 건 조금 아프군요.

-그래서 'G레코는 알기 힘들다'는 일부 평이 나오는 것인가요

토미노: 그건 타이틀에 '건담'이라고 붙어있어서, '건담'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건담'이 붙은 건 제 의도가 아니니 "이거 어쩌나" 싶지만, '건담'이기 때문에 봐 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가 100명 있다면 항상 2, 3명은 'G레코는 G레코다'라고 구분을 해서 평가해주시죠.



21세기 후반에 필요한 이야기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기동전사 건담 내러티브"라는 건담 시리즈 신작이 발표되었는데요, 내년에는 건담도 40주년을 맞습니다. 앞으로의 시리즈 전개에 대하여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으신가요?

토미노: 기대같은 게 있을리가 없죠. 제가 지금 '건담'을 만들고 있는데요(웃음). 이 말만 하고 끝내면 좀 곤란하니 폼 좀 잡아 보겠습니다. 'G레코'에서 기뻤던 것은 여성 팬들이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든 건담들과는 명확히 다른 점이었죠. 그러니 40주년 이후의 건담은 그 분야를 조금 넓혀서, 여성 객층이 생긴 'G레코'같은 거나 좀 더 어린이 지향 작품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G레코'에도 로봇은 나오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라는 뜻이군요

토미노: 로봇은 대부분은 더미, 공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G레코'에서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한게 아닌가, 그런 점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판타지계 치유물에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요. ZOZOTOWN이나 SHOWROOM 같은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대의 아이들이 어른이 될 21세기 후반에 필요한 이야기는, 판타지계 치유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군요. 토미노 감독이 인터넷 의류 판매 서비스인 ZOZOTOWN이나 동영상 라이브 서비스인 SHOWROOM을 말하시다니 의외라는 느낌입니다.

토미노: 최근 한 달 사이에 알게 된 거지만요. 두 서비스 각각의 창립자들이 공통된 소질을 갖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토미노: 전혀 달라보이지만, ZOZOTOWN의 마에자와 유사쿠씨와 SHOWROOM의 마에다 유지씨에겐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 IT업계에서 억대의 자금을 운용하는 사람들이니 PC를 좋아한다는 게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닙니다. 두 사람 모두 22-23살에 밴드 활동을 했습니다. 그걸로 먹고 살 수 없게 되어 고민하다 다다른 것이 통신판매와 동영상 서비스였습니다. 밴드는 IT에 속할까요?

-IT라는 이미지는 아니군요

토미노: 라이브를 통해 관객과 직접 대면하고, 복수의 멤버를 모아 밴드를 설립한다는 점에서 영업론이나 조직론과 통하는 겁니다. 요지는, 이제부터 이 두 사람의 성공을 뒤쫓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 밴드가 됐든 스포츠가 됐든 상관없지만, 어쨌거나 무언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을 해야, 그들처럼 감각이 몸에 밴다는 겁니다.

-무언가 다른 길을 걷다 보면, 나중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뜻이군요?

토미노: 체험이라고 이해하면 안됩니다. 체험이 아니라 '체감', 몸으로 느끼는 겁니다. 읽고 배우고 논리로 따지지 말고, 자기 안에서 무언가를 쌓아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이야기도, 체감을 통해 무언가를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G레코'입니다만, 이런 체감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어서요. 마에자와와 마에다씨를 조사하다가 든 생각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조사해본 이유는 무엇인가요?

토미노: 코우기리 아야메와 이시하라 사토미라고 여배우 둘이, 위의 두 사람과 사귄다는 보도가 나왔던 적이 있잖아요? 저는 그 전까지는 인터넷에서 뭘 팔자는 사람에게는 흥미가 없었는데, 여자의 감은 대단한 법이니까 그 이후로 신경이 쓰였죠(웃음). 신경쓰인 김에 그들의 경력과 판매 방법등을 알아봤습니다. 그때 그들에게 이러이러한 배경이 있어서 성공했구나 하고 저는 이해했습니다만. 이제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보다 젊은 세대에 대해 어떤 메세지를 보낼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 봤으면 합니다. 당신 지금 굉장히 좋은 공부 한 거에요. 나중에 수강료 받으러 갈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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