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삼국무쌍8"은 무엇을 잘못했는가?

"진 삼국무쌍8"은 무엇을 잘못했는가? 실패한 부분과 구작에서 배워야 할 부분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가? 오랜 팬이라서 더욱 불만스러운 점


야마카와 쥰

나와 "진 삼국무쌍"(이하 진삼) 시리즈와의 인연은 2001년 발매된 2번째 작품에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러왔다. 이후로 “전국무쌍”시리즈나 다양한 콜라보 무쌍들을 포함한 무쌍게임들과 접했고, 본지에서 “전국무쌍 사나다마루전”이나 “무쌍 스타즈”의 리뷰를 담당했다. 순수 무쌍 팬인 나는 작년 “진삼8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란 칼럼을 쓰기도 했었고, 이번에 발매된 “진 삼국무쌍8 리뷰”도 담당하게 되었는데… 칼럼에서 지적했던 불안요소가 그대로 적중하고 말아, 리뷰점수 6.9이라는 시원찮은 결과로 나타나고 말았다.

매너리즘 타파라는 기치 아래 크게 바뀌어 돌아온 진삼8은 무엇을 잘못했는가, 어째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인가.
이번 칼럼에서는 리뷰에서는 못다 쓴 점과, 구작들에서 배워야 할 점을 짚어보기로 하자.

장르 특유의 매력을 착각하다

단기로 대군을 상대하며 적들을 쓸어담는 타입의 게임은 “무쌍류”라는 장르로 확립되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긴 세월동안 단순한 시스템을 가지고 시리즈를 계속해 온 결과 “단조롭다” “풀베기게임”이라는 혹평을 듣게 된 것 또한 사실. 진삼8에서는 그런 평가를 뒤엎기 위해 전투시스템을 쇄신하고 오픈월드를 도입해 새로운 도전을 꾀했지만, 안타깝게도 성공하지는 못했다. 기본적인 문제점은 리뷰를 참고했으면 한다.

여기서는 이번 작품의 오픈월드 전반에 걸친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국대륙을 재현”했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역시 문제는 ‘밀도’에 있었다. 단적으로, 탐색중의 기복—무언가 대단한 발견을 하고, 발견한 것을 통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는—그런 감각이 전혀 없다. 어디에 가도 할 수 있는 행동은 정해져있으며 변하는 일이 없다. 관광명소나 절경 포인트를 찾아내도 경험치를 얻을 뿐, 근처의 소재를 줍고 경치를 감상하면 끝이다. 게임이라기보단 관광 가이드같은 느낌이다.



쓸데없이 넓은 감은 있지만, 로케이션 자체는 나쁘지 않다.

더 문제인 것은 사이드퀘스트같은 것으로 관광 포인트에 가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오픈월드 게임을 보면, 명승지로 유도하는 사이드 이벤트가 있다거나, 그런 것이 없더라도 강력한 무기가 숨겨져 있다거나 해서, 탐사를 하는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삼8은 로케이션을 살리려는 노력이 들어가 있지 않다. 스스로 수고를 들여 탐색을 해야 하고, 그 결과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맵을 아무리 뒤져봐도 허무감만 늘어나는 이유다.

진삼국무쌍8을 평가하는데에 있어, 초점을 조금 바꿔 오픈월드에서의 레벨제 성장 시스템이라는 부분과, 진삼8의 ARPG적인 면을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매력이 없는 심부름 사이드퀘스트와 수가 적은 이벤트, 탐색의 공허함 등 구작들에서 좋았던 부분을 어느 하나 수입해오지 않은 것은 도무지 합격점을 줄 수 없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무쌍 게임처럼 평가하려고 해도, 밸런스 조절 실패에 따른 상쾌감의 저하, 사라져버린 아군과 함께 싸우는 감각, 오픈월드화의 폐해인지 전작들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단순해진 전장 등등, 원래 좋았던 요소들을 대부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무쌍이란 포맷의 참맛을 잃어버리고, 오픈월드라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소홀하고, 장르의 장점을 잘못 파악해서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어중간한 결과물. 본작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위와 같을 것이다.

계속 늘어나는 캐릭터와, 그로 인한 폐해



공식 홈페이지에서, 한 화면에 다 담기지 않는 엄청난 캐릭터 숫자

수많은 캐릭터가 한 자리에 모인다는 요소도 무쌍게임의 세일즈 포인트일 것이다. 진삼8에서는 이 캐릭터의 숫자가 90명을 넘겼다. 실제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삼국지 팬들로부터 “이런 무장도 있는데 더 활약했던 그 무장이 없는 것은 이상하다.”라는 목소리도 있었을 것이며, 개발측도 더 등장시키고 싶은 무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숫자의 무장을 작품에 담아낸 탓에 여러 부분이 잘려나가버리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단 무기다. 구작에서도 모션 중복(진삼6&7에서의 득의무기)이 있었지만, 후속작이 나올 때마다 중복 요소를 줄여왔다. 하지만 진삼8에서는 전투시스템을 갈아엎은 탓인지, 또다시 무기가 중복되는 일이 벌어나고 말았다. 이후 추가될 DLC에서 무기 또한 추가되고, 모든 무장이 고유 무기를 가지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거꾸로 보면 이정도의 캐릭터 숫자가 아니었다면 처음부터 중복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음은 스토리다. 진삼5까지는 캐릭터별 스토리가 있었고, 이것이 진삼6&7에서는 세력별 스토리모드로 바뀌었었다. 스토리 전개가 캐릭터별에서 세력별로 바뀐 것은, 시나리오 진행을 역사적 사실과 가깝게 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아마도 캐릭터의 숫자가 지나치게 늘어나, 각각의 캐릭터에 걸맞는 분량 할당에 곤란을 겪었던 것도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세력별 시나리오에서 튀기 힘든 캐릭터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평가는 호평이었기에 진삼6에서 7로 시나리오의 얼개가 이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진삼8에서는 다시 캐릭터별 스토리 방식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팬들은 캐릭터 각각의 일화나 성격을 살린 스토리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허나 스토리 전개는 역사 기반에 캐릭터별 볼륨 차도 상당하고, 거의가 세력별 스토리식에 가까운 형태로 되어있다. 즉 어느 캐릭터를 선택하건간에 전개가 거의 변화하지 않아, 캐릭터별 방식으로 돌아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캐릭터에 따라서는 회화 이벤트 중에 “같이 있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상황도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시리즈가 계속될 때마다 컷신이 계속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다. 캐릭터 숫자는 늘어나는데 그 캐릭터가 활약할 이벤트가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개발 속사정은 알 도리가 없지만, 캐릭터의 증가와 더블어 작업량도 늘어나고, 한데 어우러지가 하는 것도 덩달아 곤란해지고, 그렇다고 전작보다 캐릭터를 줄일 수도 없으니 본체만체 하는 것이 아닐까.





구작의 좋았던 점을 다시 한 번 도입하자

지금까지 짚어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정리해보자. 먼저, 오픈월드와 기존의 무쌍의 상성은 좋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무쌍 넘버링 작품들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잔뜩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로 일기당천의 무를 펼치는 장군이 되어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것이다. 스토리 전개의 페이스나 수많은 적들과 같이, 지금까지 먹혔던 요소들의 대부분이 게임의 오픈월드화 때문에 사라져버렸다는 평가에 무리는 없을 것이다.

허나 다양한 게임 장르의 유일성이란 구분이 무의미해진 오늘날에는, 이전까지 이어져왔던 미션 형식의 진행은 낡은 인상을 주는것도 사실이다. 페이스 배분을 아무리 잘 조절해도, “준비->전투->(중간에 스토리 전개)->준비->전투->…” 와 같은 반복적인 전개가 되기 쉽다. 이러면 스토리가 특별히 굉장하지 않은 이상, 클리어하기 전에 질리는 일이 일어나기 쉽다.

언뜻 보면 앞뒤가 꽉 막혀버린 것 처럼 보이지만, “오픈 월드와의 나쁜 상성”이라는 이야기는 기존의 무쌍에 한정된 이야기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 삼국무쌍 7”의 “장성 모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일까? 그 힌트를 구작에서 얻어보자. 진삼7에는 “장성 모드”라고 해서, 좋아하는 장수를 주인공으로 삼아 중화대륙 평정을 목표로 하는 추가 모드가 있었다. “전국무쌍4”에도 오리지널 무장을 만들어 유명한 무장들과 만나 전국을 돌아다니는 “유랑연무”모드가 있었다. 이렇게 역사적 사실과는 관계 없이 전국을 제패하는 모드가 있다면 광대한 맵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위 모드들은 파고드는 요소로서의 인기도 있었지만, 무쌍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단순반복”이라는 점 때문에 빨리 질린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하지만 오픈월드를 무대로 하는 경우, 단순한 작업도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이동하고 탐색을 하는 등, 완급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싸워 무찔러 평정을 하는 것 보다는 덜 지겹고 재밌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삼8과 같이 아무것도 없는 맵을 준비해놓고 “이제 알아서 대륙을 정복해보세요”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의미가 없다. 각지에 이벤트를 만들어놓고 앞뒤 전개를 만들어놔야 혹평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스토리 모드인데, 이는 단순히 전작처럼 세력별 스토리 모드로 되돌려놓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제와서 늘어난 캐릭터를 줄이려고 하면 진삼5때처럼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 뻔하다. 그렇다고 캐릭터별 스토리를 유지하면 지금처럼 무의미한 시도가 될 것도 뻔하다. 그렇게 될 바에는 세력별로 역사를 따라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바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한번 더 말하겠는데, 전쟁을 소재로 하여 무쌍이란 포맷 위에 올리고 스토리를 그려내는데에 있어, 오픈 월드는 상성이 나쁘다. 동료는 필사적으로 전투중인데 전혀 다른 곳에 가서 재료템을 모으고 있다면 삼국지가 주는 긴장감이란 것이 사라져버린다. 또한 전작들까지는 책략을 사용해 적군을 쓸어버리는 이벤트가 있었지만, 진삼8에서는 플레이어가 공세 방향을 자유롭게 정하게 되는 바람에 이런 책략들이 빛을 잃는다. 구작에서도 자유로운 플레이가 불가능했던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작전들조차 무시하고 진행해버리는 탓에, 역사물인 삼국무쌍/전국무쌍과는 상성이 너무 나쁘다.



동료가 싸우는 동안 팬더를 길들이고 있는 유비의 모습

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스토리는 전작들처럼 일직선 진행이 좋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스토리 전용 맵을 만들라는 것도 아니고, 각 장 마다 이동가능 범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전작같은 맵은 충분히 재현해낼 수 있다. 그 안에서 지금까지 했던 것 처럼 대량의 적들을 넣고 멋진 이벤트를 구현해내는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여태껏 연출에 공을 들였던 작품이 새롭게 자유도를 어필하려고 하는 경우, 플레이어의 행동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여주지 못하면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행위에는 그에 걸맞는 결과가 따른다는 것은 수많은 게임에서 경험했던 일이다.

한 발짝 더 나가자면, 진삼6부터 스토리 모드를 세력별로 재편하면서 연출을 강호하고, “시네마틱 일기당천”이라고 이름 붙였던 것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좋지 않은가 싶다. 극단적으로는 스토리 모드에서는 레벨제를 없애버리고 조작 캐릭터를 처음부터 강력한 상태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 “언차티드”나 “콜 오브 듀티”와 같이 스크립트니까 가능한 것, 진삼의 말도 안되게 화려한 연출을 자랑하는 오프닝 영상과 같은 전개를 게임에도 녹여내는 것이다. 오프닝에서는 방방 뛰는데 정작 실제 게임에서는 못 한다는 것은 요즘 기준에서는 너무 올드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말을 꺼내 봤지만, 어디까지나 게임 제작은 쥐뿔도 모르는 문외한의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 모드에서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한을 건다거나, 전국제패 모드에서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하면, 진삼8처럼 스토리가 무미건조하다거나 오픈월드를 낭비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넘버링 외에도 내정을 진행하며 전국제패를 노리는 “엠파이어스”시리즈 같은 것은 오픈월드와 상성이 좋을 것이다. 이대로 끝내버리기엔 아쉬운 아이디어도 분명 있다. 특히 특히 이번작의 문제점은 구작들의 매력을 잃어버린 것이 대부분인만큼, 자신이 걸어온 길을 한번 되돌아보며 진삼8에서 만들어낸 것과 잘 조합해내가기를 바라는 바다.

무쌍 시리즈는 한번 새롭게 토대를 갈아엎은 뒤, 부족했던 부분을 차기작에서 보강했던 전례가 많았으니, 이번에도 그것을 기대하고 싶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차기작까지 기다려주지 않고, 이는 매상에 직결되는 것도 사실이다. 17년간 계속해온 팬으로써,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 시간을 들여 게임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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