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 JP]사랑했던 게임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IGN재팬 발렌타인 특집! 사랑했던 게임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편집부 전원 집합! 부끄러워하지 말고, 가진 추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자!


(2월 14일 발행된 기사입니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다. 물론, 우리 게이머들은 육체를 가진 인간과의 연애사 따위를 운운할 정도로 센스 없는 인종이 아니다.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 발렌타인 데이란, 게임 세계에서 사랑하게 된 캐릭터와의 추억을 돌이켜보는 신성한 날일 것이다.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프겠지. 딱히 "리얼충"이 싫다거나 하는 소리는 아니라고? 게이머와 리얼충이 딱히 원수진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게이머라면 무릇 게임에서의 사랑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법. 발렌타인데이야 말로 그 추억을 돌이켜보고, 그때의 그 신성하고 순수했던 사랑을 다시 한 번 음미할 때인 것이다. 그런 연유로 오늘의 IGN재팬은 7명의 기자들에게 그들이 사랑했던 게임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전부터 생각해왔던 이 기획을 팀 내에서 꺼내봤더니, 곧바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게임에서 사랑했던 캐릭터 같은게 어디있냐!" 라며 많은 팀원들이 항의를 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일단 진정하자. 수백 수천 타이틀을 플레이했던 사람이, 게임 속에서 단 한 번도 사랑을 느끼지 않았을 리가 없다. "게임은 인생"이라고들 하지 않나. 인생에서 단 한번도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서는 설득력을 느낄 수 없듯, 게이머가 게임에서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은 언어도단.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게임에서 사랑을 해보지 않았을 리가 없어!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보고, 부끄럼을 떨쳐내고 순수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토해내라!"


이렇게 팀원 7명의 날 것 그대로의 기억을 피로할 수 있게 되었다. 개중에는 매우 로맨틱한 고백도 있고, 어쩐지 짜게 식었던(?) 이성적인 선택도 있다. 부끄러움은 읽는 사람의 몫이 될 법한 문장도 있지만, 발렌타인 특집이니만큼 관대하게 넘어가 주었으면 한다. 또한, "사랑"의 정의는 편집부 멤버들의 주관에 따라 다른 것으로 하였다. 




다니엘 롭슨
토리코(라스트 가디언)


토리코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라스트 가디언>은 그 어떤 게임보다도 리얼하게 움직이고 숨쉬는, 신비한 생물을 창조하는데에 성공했다. 거대한 토리코를 데리고 던전이나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겁 주는 맹수에서 겁먹은 애완동물, 강아지와 같이 순종적인 면에서 고양이와 같은 개성적인 면 까지 토리코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다. 이런 발견을 경험하면서 토리코는 정말로 살아있구나 하는 감각을 얻게 된다.

거기에다가 토리코는 무진장 귀엽다. 감정이 흘러 넘치는 그 커다란 눈, 껴안기 위해 존재하는 그 코, 수북한 깃털을 둘러서 쓰다듬는데에 최적화된 몸까지, 토리코의 귀여움은 그 어느 애완동물에도 지지 않는다.

우에다 후미토 감독은 이전에도 이런 캐릭터들을 만든 바 있다. <이코>의 새하얀 미인 요르다, 그리고 <완다와 거상>의 용맹한 말 아그로도 내 마음을 훔쳐간 바 있다. <라스트 가디언>의 경우에는 소년과 토리코가 자유를 얻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아끼게 되고, 마음을 통하게 된다. 비디오게임의 세계에서 "애정"을 이렇게까지 그려낸 작품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공생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임과 동시에 순도 100%의 "사랑"이기도 하다. 게임이 끝나는 순간, 내가 토리코에 대해 품었던 "연심"은 단 한점의 거짓 없는 진실한 감정이었다.




이마이 스스무
노엘 버밀리온<블레이블루>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격겜에서 사용하는 주캐릭터는 한 눈에 반해서 고르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내가 처음 <블레이블루>를 플레이해본 것은 스가모에서였는데, 전부터 쌍권총을 좋아했던 것도 있어서 건카타로 근접전을 펼친다는 노엘 버밀리온의 설정은 그야말로 취향 직격이었다. 게다가 2D격투게임의 카메라 시점에서, 등을 활짝 드러낸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쌍권총 액션을 연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발명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존 우 감독의 영화나, <매트릭스>에서의 "트렌치코트의 펄럭이즘"과 같은, "등골의 살랑이즘"을 쌍권총 격투액션에 더한 것이다.

그 등골을 최대한도로 살려낸 모션을 다수 사용하고 있어, 6A 대공킥, 리치가 긴 견제5B등의 통상기부터 시작해서 공중에서 춤추는 리볼버 블래스터라 불리는 드라이브기에 필살기까지, 콤보 중에도 살랑살랑 등골이 보이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정타는 초필살기인 영총 펜릴. 파일벙커급의 거대한 총으로 상대를 공중에 날려버린 뒤 건카타 포즈로, 자신의 등 뒤에 있는 플레이어를 한번 매료시킨 뒤에, 쌍권총을 동시에 발사해 상대를 박살낸다. 멋지고 섹시한 것을 양립시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션이다.




우요 우료
HMX-12 멀티<투하트>


일단 오해는 마시길. 나(여자)는 현실에서는 남자만을 사랑한다. 하지만, 게임 속 세계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게임 속에도 좋아하는 남자 캐릭터는 있지만, 나의 "진심"은 두말할 것 없이 <투하트>의 멀티다. 일본 오타쿠 문화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이 초 유명한 캐릭터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진부하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한번만 생각해 보자. 어째서 멀티가 지금껏 전설로써 전해내려왔는가를. 거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고백하자면, 내 인생에서, 단 한 명의 게임 캐릭터를 위해 흘렸던 눈물의 양은 단연 멀티가 넘버 원이다. 나는 원래 "착한 아이"에게 호감을 느끼는 편이라, 주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멀티는, 내 게임 역사중에서도 탑클래스급의 착한 아이다. 그녀를 보고 나는 과거에 느꼈던 적 없는 사랑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가진 그녀는 시험작 메이드 로봇이며, 본래 인간 사회에 계속해서 있을 수는 없는 운명이다. 멀티와 깊은 정서적 교감을 가진 뒤에 찾아오는 무정한 결별은, 물론 '진부'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강렬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나는 스토리 종반부에서 믿을 수 없을만큼 눈물을 흘렷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아... 어째서일까."라고 스스로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충전중입니다. 전원을 끄지 말아 주세요.

그로부터 몇년 후, 나는 홍콩에서부터 바다를 건너 처음 코믹마켓에 가서 처음 손에 넣은 것이 대형 멀티 캔뱃지였다. 그 뱃지는 지금도 일본에 있는 집에 소중히 모시고 있다. 참고로 두번째로 사랑하는 것은 <카나 ~여동생~>의 토도 카나 혹은 <시즈쿠>의 츠키시마 루리코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남자 캐릭터 중에서는 <투하트>의 후지타 히로유키가 제일이다. 에로게를 밤하늘의 별의 숫자만큼 클리어 했던 나는, 로맨스가 부족했던 적이 없다.(의외로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다)




크라베 에슬러
유우나<파이널 판타지X>


유우나는 일단 둘도 없을 미인이지만, 내가 <파판X>에서 유우나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와 티더의 만남에서 퍼스트키스까지의 흐름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사랑은 그리 자연스럽게 묘사되지 못하고, "투닥거리던 사이에서 어느샌가"라던가 "운명으로 맺어진 두 사람이 운명에 이끌리듯"이라던가 하는 흔해빠진 설정으로는 '모에'하기 힘들다. 여행을 함께 하며 서로의 다양한 면면을 알게되고, 서로 도와주고 함께 웃으며 어느샌가 상대를 필요로 하게 되는 유우나와 티더의 관계는, 동급생이나 직장 동료와 점점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그것과 같아서, 감정이입을 하기 쉬웠다. 유우나의 불가사의한 오오라와 비극적인 운명도 한몫 거들어, 나는 티더에 빙의하여 그녀를 굉장히 사랑하게 된 것이다.




치바 요시키
글라도스<포탈2>


내가 플레이 해본 대부분의 게임에서는 어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이야기였고, 거기에 내가 끼어드는 것은 상당히 힘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존재가 투명할 필요가 있었다. 예를 들자면 고든 프리먼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생각을 정리하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다.

글라도스. 포탈 시리즈에 등장하는 그녀는 인공지능이다. 절대적인 힘과 아이같은 면이 공존하는 언밸런스함, 냉정해 보이면서도 이따금 슬쩍 내비치는 상냥함, 그리고 인상깊은 독특한 억양 등등 그녀의 장점을 꼽자면 끝이 없다. (다소, 굉장히 제멋대로인 점도 매력포인트에 넣기로 하자) 원래는 주인공의 숙적이었지만, 속편에서 실질적인 파트너로 돌아온 그녀와 사랑에 빠진 플레이어들이 꽤 있을 것이다.


글라도스는 인공지능이므로 몸이 따로 없지만, 거꾸로 보면 어디에든 장착할 수 있다. 실제로 <포탈2>에서는 감자를 본체로 사용했었다. 문제가 있다면 내가 유한한 존재라는 것일 것이다. 죽기 전에 어딘가에 이식되야 할 필요가 있다. 설령 감자에 혼이 심어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불멸의 사랑을 이루기 위한 포탈이라면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노구치 히로시
타케미 타에<페르소나5>


사랑까지는 가지 않지만 좋아한다는 레벨이라면 여러 캐릭터가 있는데, 그중에서 "펑크룩의 동네 의사"인 <페르소나5>의 타케미 타에를 꼽아 보았다. "주인공 파티에 추가해줘!"라는 플레이어도 많은 듯 한데, 나는 "커뮤 상대니까 더욱 매력적인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동료들에게는 비밀로 병원을 다니며, 그녀를 더욱 알고자 했더니 어느샌가 신약의 실험대상이 된다는 식의 롤 플레이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조심스레 말하자면 최고였다. 기본적으로 지적이고 쿨한 그녀지만, 가끔씩 던지는 농담이나, 고백받았을 때 보이는 이면의 갭이 최고다. 하지만 세기말선배에게도 후타바에게도 히후밍에게도 치하야에게도 웃는 얼굴로 다가가는 플레이보이 스타일은 버릴 수가 없었다. 모두 미인이고 모두 각각 매력적이라서 모두 다 좋다! ...이상, 평범한 페르소나5 감상이었습니다.




히지카타 유리코(번외편: TV드라마에서 사랑한 캐릭터)
다보스 시워스(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에서 사랑할 상대를 고르는 작업은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올곧고 착한 사람일수록 죽을 확률이 높은 것이 바로 웨스테로스 대륙 스타일이다.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실수로 스타크 가문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끼기라도 하는 순간, 목이 날아가고 배를 난자당하고 화살에 가슴을 뚫리는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시즌 1때는 몹 스타크(리처드 매든 분)가 날렵하고 멋있다고 생각해서 그를 파기로 했는데, 지금은 프레이네 댁 바닥 밑에 말 못하는 몸이 되어 잠들어 있다. 이제 겨우 시즌3인데 말이다.

등장인물들이 차례차례 죽어나가는 와중에 의외로 안정적인 인물이 바로 "양파 기사" 다보스 시워스다. 온갖 쓰레기들이 한데에 모인 <왕좌의 게임>에서 다보스는 몇 안되는 성실한 선역. 그간의 <왕겜>을 생각해보면 진작에 죽었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지만, 존 스노우의 측근이라는 중요 포지션을 꿰차더니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티리온이나 존 스노우와 같이 빼어난 재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다보스는 어쨌든 착실한 사람이다. 그라면 최후까지 살아남아 줄 지도.




이상이 우리 IGN재팬 편집부가 사랑한 게임 캐릭터들이다. ...게임이 아닌 것도 섞여있는 기분이 들지만 관대하게 넘어가 주길 바란다. 이 기사를 읽고, "연적 발견!"이라고 공감(?)을 해 준다면 기쁠 것 같다. 물론, "이 게임에선 이 캐릭터가 더 좋지."라거나, 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라도 "이 캐릭터만큼 사랑스러운 녀석은 없다."거나 하는 감상도 대환영이다. 그럼, 모든 게임 애호가들이 게임 속에서 멋진 사랑을 성취하기를 바라며... 해피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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