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구로 마사카즈 <천국대마경> 1권 발매 기념 인터뷰

https://natalie.mu/comic/pp/tengokudaimakyo

 

이시구로 마사카즈

1977년 후쿠이 현 출생. 2000<히어로>로 애프터눈 가을 사계상을 수상하고, 같은 작품이 애프터눈 시즌 증간호에 실리며 데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풍경에서 드라마를 이끌어내는 스토리텔링의 수완가로 호평이 자자한 작가. 대표작은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 <목요일의 플루트>, <외천루> . <천국대마경>으로 약 18년만에 월간 애프터눈 지면으로 귀환했다.

 

 

2000, 애프터눈 신인상으로 데뷔한 이시구로 마사카즈가 약 18년만에 월간 애프터눈으로 돌아와 <천국대마경>의 연재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벽 바깥에서 서바이벌 생활을 이어가는 마루와 키루코. 두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모험담이다.

 

-이시구로씨는 애프터눈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하게 되었죠. <천국대마경> 1화 속표지에는 신인상 이후 18, 드디어 귀환이라고 쓰여 있었는데요, 귀환한 감상은 어떤가요?

 

이시구로: 5년 정도 지났으면 귀환이겠지만요, 18년이라구요. 지금 독자들이 당시의 저를 기억할 리도 없으니, 거의 신인이라는 심경입니다. 허들도 굉장히 높은 잡지기도 하고요. 압박이 엄청나네요.

 

-18년이나 공백이 이어지다니 신기하네요. 상을 받고 바로 연재를 시작할 수도 있었을텐데요

 

이시구로: 단순히 요약하자면, 재밌는 콘티가 안 나와서 그랬습니다. 담당 편집자는 수상작의 테이스트를 유지하면서 완결성 있게끔 그려줘라는 말을 했었는데, 신인 시절의 제가 그렇게 능숙하게 그릴 수 있을리가 없었으니... 만화가가 되고 나서 이제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연재를 염두에 둔 완결성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완결성을 연재 형식에 맞추는게 아니고...

 

이시구로: 아니죠. 완결성 있는 단편을 그리고, 그 평가가 좋으면 같은 캐릭터와 설정을 장편에 맞춰 그려 나가는 겁니다.

 

-완결지어 그린 것을 연재용으로 고쳐 나가는 건가요?

 

이시구로: 짧은 이야기를 길게 고치는 건 아니고... 봐요, 헷갈리죠? 애초에 저는 1화 완결 단편과 장편연재를 만드는 건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자도 유의해줬으면 좋겠는데, 신인한테 연재를 염두에 둔 완결성을 그리라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콘티를 짜셨나요?

 

이시구로: , 예를 들자면... 문 닫은 상점가 이야기를 그리려고 했더니 인터넷 판매 때문에 손님이 오지 않게 되었으니 가게를 닫는다는 내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야기 하고 싶었던 내용을 그대로 그려버리고 만 거죠. 나중에 <그래도 마을은 돌아간다>에서 같은 테마를 채용했습니다만, 이때는 상점가에서 자란 여고생의 입장에서 본 가게가 하나 둘씩 없어지는 현실과 대비되는 상상과 현실이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지금이라면 재미있으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히 전달되도록 그릴 수 있을 거 같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었죠.

 

-이래서는 안 되겠다, 보여주는 방법을 다시 고려해야 겠다고 생각한 건 언제쯤인가요?

 

이시구로: 애프터눈을 떠나 다른 잡지에서 단편을 그릴때 쯤이었을 겁니다.

 

-그런 경위가 있어 18년이나 애프터눈을 떠나있게 된 거군요.

 

이시구로: 예전에는 제가 어떤 만화를 그릴 사람인지를 파악하지 못했었습니다. 어떤 기회가 있어서 연재를 시작했었더라도, 아마 금방 잘렸을 거에요. 여러 지면에서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수행기간을 가진 건,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돌고 돌아서 이렇게 연재 기회를 잡게 되었으니까요. 애프터눈에서는 신인상을 수상하더라도 연재로 이어지기까지 18년이 걸리는, 허들 높은 잡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데뷔 전에 애프터눈을 읽어본 적은 있나요?

 

동경하던 지면이었죠. 그당시 만화 잡지라고 하면 소년지와 쳥년지,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계열의 3부류로 나뉘어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애프터눈은 그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법지대같은 인상이었죠. 자유로웠다고 할까요. 이렇게 아무거나 다 받아주는 잡지는 없었습니다. 자신이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애프터눈에 투고하러 갔었죠.

 

-확실히 애프터눈에 연재되는 만화의 장르를 하나로 묶기는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이시구로씨도 다양한 만화를 읽으셨던 거군요.

 

이시구로: 사실 만화는 많이 읽지 않았습니다. <도라에몽>을 계기로 만화에 빠져 후지코 F 후지오의 작품만은 모두 읽었습니다만. 하나 마음에 드는게 생기면 거기에 깊게 빠지는 타입이거든요.

 

-후지코 F 후지오의 작품과 애프터눈에 연재되는 만화라, 약간 맞물리지 않는 느낌도 나는데요. 두 가지를 이어주는 무언가 있을까요?

 

이시구로: 그 사이에 오오토모 카츠히로의 작품이 있습니다. 중학생 때 아버지와 함께 비디오 대여점에서 <AKIRA>를 빌려와 부엌 TV로 봤었거든요. 그때 아마 평생동안 이 작품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느꼈던 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AKIRA>에 빠져서 그 전까지의 가치관이 완전히 뒤집히는 충격을 받으신 거군요.

 

이시구로: 완전히 빠져드는 바람에 패러디 만화까지 그렸거든요. 친구를 테츠오로, 저를 카네다로 놓고, 오토바이는 아직 못 타니까 자전거에 걸터앉아서는 '자전거 체인이 슬슬 뎁혀졌군' 같은 소리나 해댔죠(웃음)

 

-테츠오는 리더십을 가진 카네다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죠. 친구를 테츠오로 놓는 바람에 충격받거나 하진 않았나요?

 

이시구로: 중학생이 보기엔 멋졌단 말이죠, 테츠오. 머리카락은 곤두서있지, 한쪽 팔은 기계로 된 초능력자잖아요. 비주얼 임팩트가 먼저고, 테츠오란 인물의 근저에 깔린 나약함을 품고 있는 이야기라거나 하는 건 뒷전이었죠. 나중에 나이를 먹어가며 이런 점도 깨닫게 되면서, <AKIRA>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됐지만요.

 

-신작인 <천국대마경>도 문명이 붕괴한 근미래의 일본이 무대고, 마루와 키루코라는 남녀가 역경을 헤쳐나가는 설정이 스럽기도 하네요. 혹시 이 작품이 이시구로씨만의 <AKIRA>라거나...

 

이시구로: 전혀 아닙니다! 닮았다는 소릴 듣는 건 어쩔 수 없지만요. 데즈카 오사무 선생님의 만화를 보고 자란 사람들이 후에 만화를 그리게 되면 고속도로는 튜브 모양이 된다거나, 원자력 발전소가 무너지면서 방사선이 누출된다거나, 아무튼 <불새>처럼 보이게 될 수밖에 없잖아요. 오오토모 카츠히로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제가 무너져가는 미래를 그리게 되며, 어찌해도 <AKIRA>같은 느낌이 나고 말게 되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렇게 그리면 <AKIRA>를 너무 닮게 된다, 피해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묘사하시거나 한 부분이 있나요?

 

이시구로: 엄청 많죠. 예를 들면, <천국대마경>의 세계관에는 무겁고 길다란 무기에는 파이프가 붙어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철심을 좀 박으면 바로 오오토모씨가 그리는 장비가 되어버리거든요. 그리고 <천국대마경> 2화에서는 주인공 일행을 발견한 한 아저씨가 "여자다!"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는데, 도적 무리가 '여자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건 이미 <AKIRA>에요. 교복 차림의 폭도들이 케이를 발견하고는 '이것 봐 역시 여자잖아'라는 장면도, 아무리 해도 <AKIRA>같이 되어 버리고 말더군요.

 

-지나친 생각이 아닐까요?

 

이시구로: 아뇨, 황폐한 세계에서 찻잔에 젓가락으로 식사하는 것 만으로 이미 <AKIRA>입니다. 그래도 변명을 해 보자면, 굉장한 기세로 밥을 긁어 먹는 것도 <AKIRA>지만, 그래도 밥을 먹을 때 나는 소리는 <AKIRA>와는 조금 다르게 했습니다.

 

-효과음 만으로 <AKIRA>가 되어 버린다니...

 

이시구로: <AKIRA>의 덫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이전에 애프터눈에서 연재하셨었던 츠루타 켄지씨(*)와의 대담에서, 이시구로씨가 그리는 만화는 성선설의 세계라는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좀 전 이야기에서 언급된 도적들도 그 입장을 생각해보면 마냥 미워하기만은 할 수 없는 캐릭터였죠.

 

*)츠루타 켄지: 일본의 만화가. 대표작으로는 방랑의 에마논, 추억의 에마논 등.

 

이시구로: 도적 아저씨들은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만, 그들은 '어리석을' 뿐입니다.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악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은, 대부분은 어리석은 것일 뿐이에요. 물론 진짜로 악한 존재도 때로는 있습니다만. <천국대마경>에서는 무엇이 악한 것인가에 대하여 확실히 그려내려고 합니다.

 

-이시구로씨가 생각하는 악이란 어떤 것인가요?

 

이시구로: <그래마을>에 나오는 캐릭터 중 정말 악이라고 단언할 만한 자는 방화범 정도겠죠. 자신이 처한 처지에 불만을 품고 타인의 재물을 불태워버리려는 행위나 이념은 완전한 악입니다. 묻지마 범죄 같은 거요. 자기완결성이나 인정욕구 때문에 관계없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자들은, 저는 같은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천국대마경>에서는 그런 악한을 제대로 그려내 보고 싶습니다.

 

-그런 악인들이 갱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시구로: 현실에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제 만화 속에서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겁니다. <천국대마경>은 법률과 이익집단이 기능하지 않고 있는 파괴된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형태는 훨씬 구체적인 것이 되지 않을까요.

 

-<천국대마경><그래마을>은 꽤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 될 것 같군요.

 

이시구로: 그렇죠. 하지만 <그래마을>의 독자 분들을 깜짝 놀래킬 작정으로 세계관을 만든 건 아닙니다. <천국대마경>이나 <외천루>도 제 만화니까요. <그래마을> 독자 여러분도 <천국대마경>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자신이 그리고 싶었던 것을 솔직하게 그려내셨다는 말씀이군요. 잡지의 방향성이나 독자의 수요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시는 건가요?

 

이시구로: 아니아니, 당연히 둘 다 중요하죠! 편집자의 의견도 많이 반영하고 있고, 독자의 의견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자신이 그리고 싶은 걸 그리는 것이 정석입니다. 자기주장만 가득 채워 내보이는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혼자 그리는 거잖아요. 잡지에서 연재를 하는 건 출판사 안에서 일하는 것이니, 독자와 편집자와 마주보아야 한다는 거겠죠. 나 완전 어른이 다 됐네!

 

-작품의 테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천국대마경>이란 타이틀은 꽤 임팩트가 있습니다.

 

이시구로: 타이틀은 '전국대마신' 같은 풍으로 허세를 잔뜩 넣어 붙였습니다. 천국에서 나오는 이야기니 '천국'은 사용하고, ''자도 쓰고 싶어서 정가운데에 ''를 붙였죠. "천국......지옥?" 이건 좀 아니군! 이런 생각을 하다가 '대마경'이 떠올랐습니다.

 

-'대마경'이라고 하니 <도라에몽과 노비타의 대마경>(정발명: 진구의 아프리카 대모험)이 떠오르네요.

 

이시구로: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겠죠. 오히려 '해저귀암성'(정발명: 진구의 해저성)쪽의 뉘앙스가 더 강할지도... 아무튼 그런 타이틀을 붙이고 싶었습니다.

 

-<천국대마경>으로 짓기로 한 최초의 계기가 있을까요?

 

이시구로: 대학생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서킷에서 죽다>라는 만화를 그린 적이 있었습니다. 노트에 그린 콘티를 친구들에게 보여줬을 뿐이고 정식으로 발표한 적은 없어서 만화연구부에 있었던 사람들밖에 모르는 작품인데요. 서킷에서 레이스를 하는데, 중간에 지구가 멸망해버려서 주인공이 죽을 위기에 처하는... 이런 이야기에서 출발했습니다.

 

- 그 시절부터 아이디어를 쌓아놓고 계셨군요

 

이시구로: <그래마을>을 연재하면서도 '이 이야기 쓰고싶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죠. 계속 다듬고 있었습니다.

 

-<그래마을> 다음에는 <천국대마경>을 그리기로 마음먹으신 건가요.

 

이시구로: 아뇨, 그 밖에도 그리고는 싶지만 시간이 없어 못 그린 만화가 5, 6개정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마음속의 1번이 <천국대마경>이었던 거죠. <그래마을>에서 할 수 있는건 <그래마을>로 전부 했으니, 필연적으로 다음 만화는 <그래마을>과는 다른 만화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래마을>을 끝내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는 선택지도 있었습니다. 만화가의 일생을 생각하면 그 편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질질 늘어나 좀처럼 끝나지 않는 만화가 늘어가는 요즘같은 때 예정했던 대로 깔끔하게 끝나는 작품이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끝냈습니다. 아마 제 인생 단위로 본다면 손해일거라 생각해요. 연 수입 같은 면에서 말이죠(웃음).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제 의지를 보이고 싶었습니다.

 

-큰 마음을 먹고 새 연재를 하게 된 것이군요

 

이시구로: 실은 5년 전에도 딱 한번, 월간 코믹 류(토쿠다쇼텐 발행)의 표지로 <천국대마경>의 프로토타입이 되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거든요. 만약에 이걸 연재로 끌고 가게 된다면 잡지 표지를 장식했을 때 어떤 느낌일까 하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표지의 여자아이가 지금의 키루코가 된 것이군요. 현재와는 약간 비주얼이 다른 듯 보입니다만, 키루코는 어떻게 디자인하셨나요?

 

이시구로: 하고싶은 말을 그대로 하는 여성을 그리자! 라는 생각으로 그렸습니다. <그래마을>의 여성 캐릭터들은 너무 제 취향대로 나가지 않도록 자제한 면이 있었는데요, 실제로 눈 앞에 있더라도 '친구로써 지내고 싶은' 수준으로요. 하지만 키루코는 말이죠... 으흐흐.

 

-그렇다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아보신다면?

 

이시구로: 얼굴이죠. 사람의 얼굴에는 눈 밑의 패인 곳이나 광대뼈 단차에서 생기는 라인이 있는데요, 이게 그림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제 취향인 여자를 그리려다 보니 이 부분을 어떻게든 하고 싶어졌습니다. 정면을 볼 때는 알기 힘들지만요. 여기, 여기랑 여기... 여기 말입니다! 그리고 이... 이 부분! 알겠나요?!

 

-전혀 전달이 안 되는 관계로 그림을 봐 주셨으면 합니다.

 

이시구로 마사카즈가 가장 잘 그렸다고 하는 키루코. 코를 정점으로 눈 밑의 들어간 곳과 광대가 나온 부분에서 생겨나는 라인에 대한 집착이 담겨있다고 한다.

 

다른 장면에서 나타난 키루코의 얼굴을 보자. 정면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볼과 안구의 단차가 보기쉽게 표현되어 있다.

 

-그 외에 키루코를 그릴 때 중요시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시구로: 눈썹과 눈이 이루는 각도일까요. , 머리스타일도 좋아하고. 전부 중요하네요.

 

-비주얼적 요소에 더해서 '누님'이라는 요소도 들어가있죠. 이시구로씨의 '누님모에'는 유명합니다만, 누님 캐릭터의 어떤 면에 끌리시는 건가요?

 

이시구로: 누님 캐릭터를 좋아하는게 아닙니다. 누님을 좋아하는 겁니다. 모처럼 기회가 왔으니 말하자면, 여동생의 누님이 아니라 남동생의 누님만을 좋아합니다. 남동생 한명에 누님 한명. 그리고 태어났을 때부터 한 집에서 살아왔어야 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실 누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한지붕 생활이 시작된다거나 하는 설정을 보면 팍 식어버려요.

 

-굉장히 까다로우시네요. 대체 누님의 어떤 점이 그렇게까지 만드는 건가요?

 

이시구로: 한 집 안에 이성異性이 있다는 점이겠네요.

 

-그건 어머니와는 다른 건가요?

 

이시구로: 어머니와는 전혀 다르죠! ...제가 누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니, 에로같은 요소는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 가족성이려나.

 

-성적인 대상은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이시구로: 막상 그런 말을 듣자니, 조금은 꿈을 꿔도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럼 보호해줄 수 있는,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거나?

 

이시구로: 아뇨, 누님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매관계는, 누나가 남동생보다 비범하면서도, 남동생보다 허접한 면도 있는 그런 거에요.

 

-호토리 같은...?

 

이시구로: ... 호토리는 이미 가족과 다름 없으니... 복잡하네...

 

-취향 직격인 여성이지만 가족이기도 하다. 그런 상반된 점이 하나의 패키지로 엮여있는 걸까요?

 

이시구로: 그런 뒤죽박죽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의 남동생과 누나간의, 가족을 대하는 그런 감정이 아니라요. '너는 현실감각이 없어'라고 저를 매도하셔도 어쩔 도리가 없네요. 하지만 말입니다, 중학교때 현실의 누나를 성적인 눈으로 보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누나는 이성인 것인가 가족인 것인가' 사고가 계속 멤돌아 뫼비우스의 띠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되었죠.

 

-그 키루코를 '누나'라고 부르는 남자아이 마루가 있죠

 

이시구로: 마루는 키루코가 지켜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합니다만, 전투능력만은 굉장히 뛰어납니다. 동행이 있는 로드무비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콤비를 그려봤습니다.

 

-남매물이 아니라 버디물인가요?

 

이시구로: 마루와 키루코는 혈연관계가 아니므로 남매가 아니죠. 남매물을 그리려고 했다면 스트레이트하게 남매가 나오는 만화를 그렸을 겁니다.

 

-마루의 얼굴은 굉장히 익숙해 보입니다.

 

이시구로: 제 만화의 필수요소인 '콘 선배 시리즈'라 부르는 얼굴입니다. 이전까지와는 작풍이 다른 만화라서 캐릭터 돌려쓰기는 안 하려고 했지만요. 아라키 히로히코 선생님(*)이 꽤 오래 전에 인터뷰에서 '죠죠는 이제 끝내겠다'고 하신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아 아쉽다'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죠죠리온>을 연재하시더니만 인터뷰에서 '앞으로 죠죠를 계속 그리기로 했다'고 하시는 게 아닙니까. 여기서 굉장히 용기를 얻어서 '나도 콘 선배를 앞으로 계속 그리자!'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고민하는 일 없이 제 만화에는 언제까지나 콘 선배의 얼굴이 나올 겁니다(웃음)

 

*)아라키 히로히코: 일본의 만화가. 대표작으로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 시리즈.

 

-그 콘 선배가 태어나게 된 계기이기도 한 이시구로씨의 대표작 <그래마을>이 제 49회 성운상 만화부문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수상했다고 들으셨을 땐 기분이 어떠셨나요?(취재 당시, 수상에 대한 공식 발표가 이루어지기 전이었다)

 

이시구로: 저는 아직도 믿지 않습니다. 90% 정도는 믿습니다만, 아직 10%정도는 안 믿어요.

 

-너무 기쁜 나머지 '이거 거짓말 아냐?'같은 느낌인가요

 

이시구로: 이건 영 킹 어워즈때 담당 탓도 있어요(웃음) 어떤 기획 때문에 미즈카미 사토시(*)씨와 대담을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스케줄을 LINE으로 조정하던 중에 '그러고 보니 성운상 수상하시게 됐더라고요'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저는 그걸 '올해 성운상 수상 작품이 발표 됐더라구요'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누가 수상했던가요?'라고 물었더니 '당신이요'라는 거에요! 이렇게 침착하게 알려주는 담당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는 겁니다!


*)미즈카미 사토시: 일본의 만화가. 대표작은 반지의 기사, 스피릿 서클 등.

 

-(웃음) 성운상은 SF계에서 권위있는 상입니다만 <그래마을>은 작은 마을의 상점가를 무대로 한 일상물이었죠. SF라고 의식하며 그리셨던 적이 있나요?

 

이시구로: SF요소가 있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SF의 정의가 점점 넓어져가고 있고, 이에 따라 성운상 대상 작품의 관문도 넓어진 덕분이겠죠.

 

-SF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품이나, 좋아하는 작품은 있나요?

 

이시구로: 제목은 모르겠는데요, 중학생 때쯤 해외 SF소설의 번역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제는 분명히 있었던 가게가 갑자기 없어지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마을은 점점 텅 비어가고,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은 우주공간을 떠돌던 중에 우주복의 기능이 보여준 꿈이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우주복의 연료가 떨어지면서 꿈 속의 마을이 조금씩 좁아지는 이야기였죠.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 기계가 보여준 꿈이었다는. 흔히 말하는 '매트릭스'계통 작품을 읽은 건 그게 처음이었어서 굉장히 인상이 깊게 남아있습니다.

 

-후에 인터넷에서 제목을 찾아보시거나 하진 않으셨나요?

 

이시구로: 이런 설정의 작품은 너무 많아서 못 찾을거라 생각하고 포기한 상태입니다.

 

-그럼 이 인터뷰를 읽은 분들 중에 짐작가는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부탁하죠

 

이시구로: 진심으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아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마을>10년을 넘게 연재한 장기연재작품인데요, 기본적으로 1화 완결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엮어가는 스타일이었죠. 정해진 페이지 수 안에서 매듭을 짓는 것이 굉장히 능숙하셨습니다.

 

이시구로: 언제부터인가 그런 포지션이 되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죠. 이런 게 제 자신에게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거의 후지코 F 후지오 선생님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화는 이 정도에서 매듭을 짓는 것이 좋다고, 거의 강박관념에 가깝게 그리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그래마을>을 그릴 적에는 매 회 안에서 복선을 뿌리고 회수하고 놓치기도 하고,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요. 1화 완결이 가장 힘든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맘에 안 드는 이야기를 그리게 되더라도, 1화로 끝나니 다음 화에는 재미있는 한 화를 그려 만회할 수 있었죠. 하지만 장편이 되고 나니 이야기 마지막은 정해져 있지, 중간에 실수하면 되돌릴 수도 없지... 이 압박감이 장난 아니네요.

 

-수정할 수 없으니 신작에서는 세계관과 이야기의 세부적인 곳 까지 공들이고 계시다는 거군요

 

이시구로: 등장하는 소도구에도 디테일을 제대로 넣자고 마음을 먹어서, 키루코가 가지고 있는 광선총 '킬광선'을 실제로 만들었습니다. 주말 공방에서 재료를 사다가 기존의 총에 덧붙여봤더니 그럴듯해졌죠. 방아쇠는 안 움직이지만요. 세계관 쪽은... 현재는 폐허가 된 건물이 남아있는 상황입니다만, 맨 처음에는 사막화 된 풍경도 생각했었습니다.

 

-건물의 유무는 인상을 크게 바꾸니까요. 어떤 이유로 변경하시게 된 건가요?

 

이시구로: 1권 발매에 맞춰 애니메이션 PV를 만들게 됐거든요. 그 제작에 도움을 주신 것이 남방연구소라는 영상작가분이셨습니다.

 

-요네즈 켄시(*)의 뮤직비디오도 만든 분이셨죠

 

이시구로: 오래 전부터 엄청 좋아하는 크리에이터였어서 <천국대마경>의 애니메이션 PV를 만들어 주신다고 들었을 때 기분이 엄청 업 됐었습니다. 그 남방연구소분이 만들어주신 MV중에 점퍼를 입은 소녀가 사막을 끝없이 걸어가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그게 최초에 <천국대마경>에서 그리고자 했던 세계와 꽤 근접한 이미지였거든요. 그래서 MV를 보고 나서는 굉장히 당황하면서 설정이 겹치지 않도록, 사막에서 폐허가 남은 쪽으로 수정한 겁니다.

 

*)요네즈 켄시: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싱어송라이터 중 한명. 꺼무위키에도 항목이 있다.

 

-사막화된 미래라고 하면 이시구로씨의 단편집 <포지티브 선생>에 수록된 '씨앗'도 그런 세계였죠. 토마토 씨앗도 나오기도 하고요.

 

이시구로: '씨앗'<천국대마경>을 잘 이어보려고 했었지만, 세계선이 바뀌어 버리고 말았죠. 그래도 기왕이니만큼 당시 등장했던 아저씨들을 슬쩍 토마토 천국(*)의 주민으로 등장시켰습니다. 사막화가 되든, 폐허가 남든, 그 아저씨들의 운명은 토마토 씨앗을 심는 것으로 수속되는 거죠.

 

*)토마토 천국: <천국대마경>에 등장하는 지역 이름.

 

-무대가 사막에서 폐허로 바뀐 것 때문에 크게 영향받은 점이 있나요?

 

이시구로: 배경을 그리는게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를 좋아하시니 폐허도 즐겁게 그리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시구로: 그리면서 즐거운 배경도 있기야 하죠. ...토마토 천국의 입구의 봉쇄된 바리케이드를 그릴 땐 즐거웠었습니다. 그 계단에서 본 마을이나, 다 무너져가는 밥집에서 정식을 먹는 장면도 즐거웠습니다.

 

-유독 그 장면이 즐거웠던 이유가 있을까요?

 

이시구로: 역시 머릿속에서 맴돌던 분위기가 그림으로 재현되는게 가장 즐거운 부분이죠. 어두운 폐허 한 가운데에서, 바깥에서부터 불빛이 조금씩 새어들어오고, 누나와 마주보고 밥을 먹는 것. 배경을 그리고 싶었다기 보다는, 그 현장감 자체가 그리고 싶었던 겁니다.

 

-좋아하는 부분을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솔직히 부럽습니다. 이시구로씨는 <그래마을>'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쌓아올린 세계'라고 줄곧 말씀하셨죠. 세계관적으로 정 반대인 것이 <천국대마경>이라고 봐도 무방할까요?

 

이시구로: 그렇죠. <그래마을>은 제 자신의 추억, 좋아했던 것들 등, 반편생을 쌓아 올린 만화입니다. 반면 <천국대마경>은 망상이죠. 지금까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망상을 전부, 실 체험과는 관계 없는 '좋아하는 느낌'을 토해내는 느낌입니다.

 

-'붕괴한 문명',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수수께끼의 천국', '수수께끼의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 등등, 망상이라는 말에 걸맞는 모험담이 1권에서 펼쳐졌는데요. 앞으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시구로: 필요한 카드는 일단 뒷면으로 전부 늘어놓은 상태입니다. 앞으로 휙휙 뒤집어나가려고 합니다.

 

-여러 복선이 차례대로 회수되어 가는 것. 이것이 장편의 즐거움이겠죠.

 

이시구로: 지금까지 제가 해 온 것과는 다른 도전이라서, 사실 많이 불안합니다. 이러다 안되겠다 싶으면 갑자기 토너먼트 배틀로 돌입할 수 밖에 없어요(웃음) 만약 그렇게 되면 1권에서 뿌려놓은 복선은 하나도 거두지 못하게 되거든요. 키루코가 우승하고서는 "해냈다!!(완결)"하는 컷만은 그리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일문일답

 

Q. 참회하고 싶거나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A. 오래 생각해 봤지만 없는 듯.

 

Q. 좋아하는 음식은?

A. 야키소바! 소스 뿌린 야키소바, 그 다음에는 햄버거.

 

Q. 좋아하는 색은?

A. 빨간색. 카네다의 오토바이 색이라서.

 

Q. 파판, 드퀘 중 어느 쪽 팬?

A. , 드퀘 쪽? 주인공의 이름을 정할 수 있고, 주인공이 말을 안 하니 자신을 이입해서 즐길 수 있어서. 6편을 가장 좋아함.

 

Q. 단 것과 매운 것중 좋아하는 것은?

A. 둘 다 좋아함. 과자는 잘 안 먹지만, 봄여름 한정판매하는 자가비 버터맛을 최고로 좋아함.

 

Q. 좌우명은?

A. 만화용 좌우명으로 괜찮나요? "자기가 읽고 싶은 걸 그리자"

 

Q. 오른손/왼손잡이 어느 쪽?

A. 오른손잡이. 이런거 알아서 어디에 써 먹나요?

 

Q. 크게 다치거나 병을 앓은 적은?

A. 없습니다

 

Q. 복권 당첨된 적이 있나요?

A. 사 본적 자체가 거의 없음. 옛날에 추첨으로 선풍기 받은 적은 있습니다. 운동회에서.

 

Q.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은?

A. <아이보>. 적당한 캐릭터성과 적당한 리얼리티가 좋음.

 

Q. 좋아하는 장소는?

A. 작업실. 일은 취미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가 싫어지면 지옥같을 듯.

 

 

GOOD NEWS: 최근에 기뻤던 것은 성운상을 받게 된 것.

BAD NEWS: 요즘 너무 바빠 힘들다. (편집자를 바라보며 말하(ry

 

 

좋아하는 것

 

후쿠이 현: 후쿠이는 즐거운 곳입니다. 산책하다 보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경계에 풀이 자라있기도 하고, 걸어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짜릿하거든요. <천국대마경>에 대단히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아사쿠사: 도쿄에는 관계자나 동종업계 분들이 모여 있어서 왠지 한 아파트에 모여사는 느낌이 나는게 좋습니다. 지금 살고있는 아사쿠사는 이전의 촌스러운 분위기를 좋아했구요. 관광객이라고 해 봤자 나이드신 분들이 무리지어 다니는 것 정도고, 에로영화관도 있고, 약간 아타미 기분이 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스카이트리가 생긴 뒤로는 센다이 수준으로 관광객이 늘어나, 이제는 일본 유수의 관광지가 되어버렸죠.

 

귀신: 예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어릴적에는 괴담을 좋아했구요. 능동적으로 귀신을 찾아보자고 생각하게 된 건 <그래도 유령이 보고 싶어>(*)를 기획했을 때 무렵이려나. 초등학생 시절부터 '당신이 모르는 세계'같은 것도 좋아했었죠. 아무튼 괴담이라면 사족을 못 썼습니다. 그래서 단편 <스위치><기묘한 이야기>의 한 에피소드로 뽑혔을 땐 아주 기뻤습니다! <기묘한 이야기>는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거든요.

 

*)그래도 유령이 보고 싶어: 오노데라 코지 그림, 이시구로 마사카즈 총괄 프로듀스의 만화. 두 사람의 작가가 유령을 찾아다니는 이야기.

 

지브리: <마녀배달부 키키> 좋아합니다. 완전 사춘기 시절에 나온 영화에요. 키키의 그 기복이 심한 감정, 톰보를 만날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그거요. ...그때가 초6때였는데 사귀는 애가 있었거든요. 그 아이가 매일 기분이 오락가락했었는데, 완전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 알거 같아!' 이런 상태로 영화를 봤었죠. 마지막에는 톰보가 위기에 처했을 때 키키가 날아와 구해주잖아요. 거기에 완전 꽂혔어요. 너무 좋아한 나머지 이후로 10년 정도는 부담스러워서 못 볼 정도였습니다. 정말 정말 좋아해요.

 

 

자신에 대한 것

 

버릇: 손으로 수염을 뽑습니다. 나츠메 소세키도 이런 버릇이 있었다지요. 나츠메 소세키의 원고가 발견되었을때, 뽑힌 수염이 떨어져 있는 것을 따라가 발견했다고 해서 '버릇이 똑같다!'라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수염이 별로 안 나서 면도기는 안 쓰거든요. 그래서 손가락에 수염이 걸리거나 하면 무심코 뽑아버리게 됩니다.

 

콜렉션: CD는 모으고 싶어서 모은다기보단 결과적으로 모여있는 상태에 가깝네요. 음악 수집이라고 할까. 그리고 피규어도 있습니다. 놓을 자리가 없어서 최근에는 안 사지만, AKIRA나 드퀘, 드래곤볼은 있습니다. 그리고 야한 것도 모읍니다.

 

동물로 비유하자면: 고양이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스스로는 검은색 사자라고 생각하지만요. 대학교 다닐 적에는 학교에 살던 고양이를 무릎에 얹히고 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보더니 '너 고양이랑 완전 똑같이 생겼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컴플렉스: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해서 귀찮을 때도 있어가지고 어떻게 하고 싶습니다. 원래 성격이 남들한테는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한 편이에요. <그래마을>의 전체적인 구성이 얼마나 번잡한지 보면 아실 겁니다. 누가 부탁한 적도 없는데 혼자서 허들을 마구 설치하면서 스스로 고통을 받게 되는 타입입니다. 작풍이 이렇다는 걸 뛰어넘어 속박에 이르렀다고 봐야겠죠. 자기발전 세미나같은데에 나가서 '마무리가 안 되도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타일러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면 안 팔리게 되지 않을까도 싶지만요.

 

 

추억

 

장난: 사촌형제랑 같이 사촌네의 옆집에 자주 숨어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집 안까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요.

 

동아리: 중학생때는 미술부였습니다. 그림은 원래 좋아하기도 했고, 잘 하기도 했지만요. 만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갔었습니다. 고등학교는 부활동을 안 했습니다. 반 자체가 디자인과였거든요. 이것도 만화에 도움이 될까 해서 골라 들어간 거였습니다. 대학교는 만화연구부였습니다.

 

알바: 이것저것 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공작 재료를 사면 들어있는 견본사진 있잖아요, 그걸 만드는 알바가 되게 즐거웠었죠. 너무 즐거운 나머지 이것저것 만들다 보니 거기 사장이 '사원으로 취직하지 않겠냐'고 말할 정도였어요. 만화가 지망생이었으니 취직은 안 했지만요.

 

친구: 어릴적부터 이어져온 친구도 있고, 어른이 된 후에 만난 친구도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가장 사이좋았던 녀석과는 여전히 만나고 있고, 앞서도 말했던 시스콤 중학생 친구도 1년에 한번정도는 만나고 있습니다. 그 누나 이야기는... 제가 먼저 꺼내기도 하고, 그냥 얘기가 나오기도 해요. 그 누나 결혼을 꽤 일찍 하더니만 이혼해서 다시 돌아왔더라고요. 걱정입니다.

 

싸움: 중학생때는 친구랑 주먹다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상대가 굉장히 기분이 나쁜 상태라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먼저 시비를 건 제가 잘못했죠. 그래도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평소에는 걔가 저를 1.5배정도 더 많이 장난을 쳤거든요. 1년쯤 지나서 화해했습니다.

 

 

만약에?

 

인생을 다시 살 수 있게 된다면: 초등학생 6학년때로 돌아가서, 당시 사귀다가 자연소멸해버린 여자아이와 다시 한번 사귀고 싶습니다. 조금 더 오래 사귈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만화가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백수... 라고 말하고 싶지만요. 이렇게 대답하면 저를 잘 아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백수로 지낼 성격이 아니다'라고 할 겁니다. 어딘가의 사축으로 일하고 있겠죠.

 

텔레폰 쇼킹(*)에 출연한다면 다음에 소개할 사람은?: 분야가 다른 편이 반응이 좋을 것 같으니, 나카무라 유스케(**)일 듯? 하지만 정말로 텔레폰 쇼킹에 나가게 된다면, 아마 유스케가 더 빠를 겁니다. 만화가중에서 고르자면 오오와라 스미토씨 정도가 어떨가 싶네요.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트위터에서 DM을 자주 주고받는 사이니 나와 줄지도 모르겠네요. 아베 토모미(***)씨나 시카와 유우키(****), 냐로메론(*****)도 부탁하면 나와 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텔레폰 쇼킹: 유명인들이 나와서 전화 인터뷰 하고 다음 사람을 지명하는 인기 TV프로그램 '이이토모'의 고정 코너.

**)나카무라 유스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다다미 넉장 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등의 원작 삽화와 캐릭터 디자인 등. <그래마을> 애니메이션에 엔드카드를 그리기도 했다.

***)아베 토모미: 일본의 만화가. 대표작으로는 <치이는 조금 모자라>.

****)시카와 유우키: 일본의 만화가. <온노지>로 데즈카상을 수상. 국내에 정발된 작품은 없는 듯.

*****)냐로메론:일본의 만화가. "이후에 무진장 섹스했다このあと滅茶苦茶セックスした" 네타의 창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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