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는 에이펙스:레전드의 사전 마케팅을 두려워했다

https://www.gamesindustry.biz/articles/2019-02-05-ea-didnt-pre-announce-apex-legends-because-it-was-scared-to

2019/2/5
Christopher Dring

"'이번 게임은 F2P 게임입니다. 루트 박스도 있고요. EA 밑에서 만드는 게임인데, 타이탄폴3는 아니에요.' 가장 빠르게 마케팅을 망치고 싶다면 이렇게 말하면 될 겁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게임을 출시해서 사람들이 즐기도록 내버려 뒀습니다."

근 1주일에 걸쳐 에이펙스:레전드의 정보가 여럿 유출되었고, 나는 꽤 흥분했다. 게임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물론 에이펙스는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공개하는 방법 때문에 흥분한 것이지만.

사전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마케팅이 전혀 없이, 인플루언서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캠페인. 2014년에 나온 타이탄폴 이후 EA가 간만에 선보이는 신규 IP임에도 불구하고, EA는 또다른 신규 IP인 앤썸의 출시에 앞서 그저 조용히 에이펙스를 슬쩍 내놓기만 했다. 이것이 의도된 마케팅 전략이었다면, 그만큼 결과물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대담한 마케팅 전략일 것이고, 굉장한 효과를 본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유로게이머와 에이펙스의 라인 프로듀서인 맥코이의 인터뷰를 보고, 나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것은 치밀하게 의도된, 대담한 마케팅 전략 같은 것이 아니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이었다.

EA는 자신의 브랜드가 촉발하는 치명적인 악순환을 우려했다. 첫째, EA의 이름은 '북미 최악의 기업 리스트'에 올라있다.(비디오 게임을 만들 뿐인데 악하다는 말까지 듣다니!) 둘째, 루트박스와 F2P에 대한 게임 커뮤니티와 미디어의 여론도 결코 좋지 않다. 셋째, 타이탄폴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러한 여건들 사이에서, 음모론은 자연 발생하게 된다. 'EA가 타이탄폴2를 콜옵과 배필 사이에 끼워 죽인 뒤, 타이탄폴 신작 개발을 중지시키고 F2P 게임을 만들도록 지시했다'는 음모론이.

모든 이야기의 앞뒤가 맞아 떨어진다. EA는 악명 높은 트렌드 팔로워다. 그리고 에이펙스:레전드는 포트나이트의 루트 박스를 그대로 가져왔다. 벌써부터 E3 게임 공개 현장의 반응이 상상이 된다. 트위터 코멘트는 안 봐도 비디오다. 기자들의 게임의 수익모델에 대한 질문이 줄을 이을 것이다. 게다가 이미 뉴스 사이트에는 리스폰에서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이 전 직장인 인피니티 워드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뉴스가 쌓여 있다. 레딧에는 진짜 개발자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운 유저들의 손으로 '이런 걸 만들려고 리스폰에 들어온 게 아니다'라는 스레드가 세워졌을 것이고, 곧 뉴스 헤드라인을 차지하게 됐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이야기들이 설령 사실이 아니더라도 말이 된다는 점이다. 현 리스폰 사장 잠펠라 밑에서 허접한 게임이 나온 적이 없었단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슈팅 게임으로 명망높은 개발사에서 진짜로 재밌는 배틀로얄 게임을 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부정과 분노에 찬 여론은 피할 수 없을 것이었다. 이는 감수할 필요가 없는 리스크다. 마케팅 지옥에 스스로 걸어들어가 개발팀 사기만 깎아먹느니, 조용히 게임을 내 놓는 것이 나았던 것이다.

EA는 이미 지난 9개월간, C&C 라이벌을 E3에 내놓으면서 이런 과정을 겪었다. 가장 사랑받았던 전략 게임 브랜드를 현재 가장 규모가 큰 게이밍 플랫폼에 내 놓은 결과는 오직 조롱과 멸시 뿐이었다. 신작 PC게임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주로 부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모바일 비즈니스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한 몫 했다. C&C 라이벌은 앱스토어에서 4.5/5점의 리뷰를 기록했고, 실제로 해 본 사람들은 다들 좋아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런게 아니었다. 이 게임은 EA 게임이고, 이 게임은 F2P 게임이고, 이 게임은 모바일 게임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글러먹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에이펙스:레전드는 사전 마케팅 없이 출시를 하게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 열정적인 게이머들을 상대로 일하기 위해서 명심해야 할 말이 있다. 게이머들은 어떤 특정한 것을 원하고,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당신은 별점 테러와 비방과 조롱을 듣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미디어가 지고 있는 책임은 얼마나 될까? 2주쯤 전에 나는 어떤 유명 영화 미디어의 편집장을 맡았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 "영화 저널리즘은 게임과 같다. 단 하나 차이점이 있다면, 우린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미 몇 번 들어본 농담이었다. 확실히 게임 미디어들은 때때로 게임 그 자체를 증오하는 듯이 보일 때가 있다. 물론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게임 미디어들은 게임을 싫어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스토리가 더 큰 반향을 만들어낼 뿐이다. 게임 미디어들이 루트박스를 조명하고, 업계의 나쁜 노동 관행을 들여다 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부정적인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더 많은 관심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지난 해 11월, 일하기 좋은 직장 상 취재를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 두렵다고 생각했다. 당시 락스타의 심각한 크런치 환경이 모든 헤드라인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개월에 걸쳐 수천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게임 회사들은 각자 잘 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특히, EA의 크리테리온은 영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에 꼽혔다) 20개의 영국/캐나다의 게임회사들은 근무 환경에 만족하는 고용자들과 함께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은 불행한 곳이 어딘지에 더 쏠려 있었다. 일하기 좋은 회사 조사 결과 기사보다, 락스타 커버 기사가 훨씬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세상에 나쁜 뉴스만한 뉴스는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미디어 종사자들 또한 책임이 있으니 굳이 우리라고 쓰겠다)는 조금 지나치게 비판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많은 미디어들은 단신에도 개인 의견과 사설을 첨가하곤 하는데, 이것들은 대부분 의심과 비판에 기초하고 있다.(저널리스트는 그래야 하는 법이기도 하다) 문제는 개발사들과 배급사들이 자신들이 만드는 것에 대해 밝히기를 꺼리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유비소프트에서 마리오 래비드 E3 공개를 맡았던 데이비드 솔리아니는, 당시 팀원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플스와 엑박은 이제 E3에서 코어 게이밍 이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게이머들은 어린이용 게임, 무브나 키넥트같은 건 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게임 산업에 있어 다양성-접근성-수용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곤 한다. 블리즈컨에서 모바일 게임이 발표될 때는 예외지만.

이렇게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리스폰은 그 답을 찾은 듯 하다. 사람들이 화낼 것, 편견을 가질만한 것, 사납게 트윗할 만한 것 등 그 어떤 것도 먼저 밝히지 마라. 그냥 게임을 내고, 천만 명의 사람들이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유저들이 좋아해 준다면 좋은 것이고, 만약 반겨주지 않는다면? 글쎄, 앞으로 몇 주 있으면 앤썸이 발매되는데, 그들이 곧 타이탄폴3를 만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게임만 내고, 알아서 놀게 내버려 두어라.

덧글

  • 로리 2019/02/08 15:22 # 답글

    정작 그 코어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대형 스피커화해서 퍼트린게 게임언론인데 참 묘한... 느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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